"얘들아, 하루 종일 게임만 할 거야?" 방학만 되면 부모님들 마음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이 질문, 다들 공감하시죠?
특히 저희처럼 중남미 과테말라에 살고 있으면 이 고민이 배로 커집니다. 한국처럼 집 앞에 태권도장이나 수영장, 문화센터가 촘촘하게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방학이 시작되는 순간 아이들은 자동으로 스마트폰과 게임기 앞에 자리를 잡거든요.
저희 집 아침 풍경도 딱 그랬습니다. 눈뜨자마자 모니터 앞으로 총총 모여드는 아들들을 보며 '이번 방학은 또 어떻게 버티나' 걱정이 앞섰죠.
그런데 이 답답한 방학 루틴을 완전히 뒤집어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CAG(Christian Academy of Guatemala) 학교입니다. 방학 동안 주 3회(월·수·금) 체육관을 통째로 열어주신 거예요!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땐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 '그냥 문만 열어주는 거겠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알찬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뭐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땀 흘리며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열어준 것 자체가 저희 가족에겐 정말 큰 선물이었습니다.

🏸 게임기 붙잡던 아이들, 라켓 들고뛰기 시작하다
체육관 문이 열린 첫날, 저희 부부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은 좀 뭉클했어요. 미국인 선생님 한 분이 본인의 소중한 방학까지 반납하고 아이들을 위해 농구 교실을 열어주고 계시더라고요. 쉬어도 모자랄 방학에 제자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시는 그 마음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운동을 싫어하는 저희 아들들은 농구반엔 슬쩍 발을 빼긴 했지만(웃음), 그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뛰는 모습만 봐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결국 코트에 선 건 남편과 저였습니다.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받아라!", "아빠, 잘 주기!" 소리치고 깔깔 웃다 보니, 방학 내내 집안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순식간에 날아갔어요. 화면만 바라보던 아이들이 눈을 맞추고 웃는 모습, 이게 바로 방학다운 방학 아닐까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 되면 저희 가족은 마치 출석 도장을 찍듯 다 함께 체육관으로 향합니다.
처음엔 몸이 뻣뻣해서 셔틀콕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숨이 차던 저희 부부도, 이제는 제법 랠리를 길게 이어갈 만큼 실력이 늘었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서브 넣는 폼도 처음보다 훨씬 그럴듯해졌고, 무엇보다 예전엔 지고 나면 시무룩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지든 이기든 깔깔 웃으며 다음 게임을 준비합니다. 운동 하나로 아이들 표정이 이렇게까지 밝아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 방학인데 더 바쁜 학교, CAG를 신뢰하게 된 이유
배드민턴을 치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곳곳을 둘러보게 됐는데요, 학생들 없는 방학 기간에도 학교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방학의 틈을 타 건물 구석구석 보수공사와 시설 점검을 꼼꼼히 진행하고 계시더라고요. 개학 후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 신뢰가 한층 더 두터워졌습니다.
CAG는 1974년 설립되어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과테말라를 대표하는 선교사 자녀 학교(MK School)이자 기독교 국제학교입니다. 타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신앙, 학업, 인성을 어떻게 균형 있게 키울까'가 늘 큰 숙제인데요, CAG의 진짜 특별함은 모든 교사가 사명감을 가진 선교사 교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교과서 지식을 넘어 아이 한 명 한 명을 사랑과 기도로 지도하는 게 느껴집니다. 미국 정통 교육 과정(ACSI, Cognia 인증)을 따르면서도 성경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바른 리더로 자랄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곳입니다.
이번에 방학 체육관 개방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 CAG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학기 중이든 방학 중이든 아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신앙까지 두루 살피려는 태도가 학교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타지에서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세심함 하나하나가 큰 안심으로 다가오더라고요.
💭 방학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
중남미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교육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 문득문득 찾아옵니다. 하지만 방학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부지런히 학교를 가꾸는 손길, 그리고 온 가족이 땀 흘릴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시험 점수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건강한 몸, 그리고 신앙 안에서 느끼는 삶의 중심 아닐까요?
남은 방학 동안도 저희 가족은 부지런히 CAG 체육관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쌓이는 이 소소한 추억들이 훗날 아이들에게 든든한 마음의 근육이 되어줄 거라 믿어요.
해외에서든 한국에서든 긴 방학을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지 고민 중이시라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며 눈을 맞춰보세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방학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
'라틴 시사·트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과테말라 현지 리포트] 과테말라에서 피어난 감동: 이동원 목사와 지구촌교회 연합이 만든 ‘샬롬, 라틴아메리카’ 사역 현장 (0) | 2026.07.08 |
|---|---|
| 🇬🇹 [과테말라 현지 리포트] 과테말라의 대통령궁 광장에서 도미니카 선교사들과 함께 목격한 한인 교회의 뜨거운 복음 현장 (0) | 2026.07.01 |
| 🇬🇹 [과테말라 현지 리포트] 마야의 후손들, 소고를 들고 한국의 '한'과 '흥'을 연주하다: 과테말라 한글학교의 아리랑 수업 (0) | 2026.06.26 |
| 과테말라 하늘에 울려 퍼진 "독도는 우리 땅" – 현지인들과 함께한 특별한 한국어 문화 수업 (0) | 2026.06.23 |
| 🍂[중남미 시사 리포트] 하얀 석유 '리튬 전쟁'과 기후 위기가 마주한 대륙의 거대한 딜레마 (0) | 2026.06.19 |